《단단한 새》 /배홍배 / <문학의전당> 시인선
그리운 이름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감상]
휴대폰의 등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만남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편지처럼 사나흘 걸려 전달되는 여운의 관계가, 보다 빠른 광역화된 인간관계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이 시의 '사소한 사랑'은 전화번호만 지우면 남남이 된다는 문명사회의 슬픈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그리움을 묘비명에 새긴다는 결연함에 숙연해지는데요, <잊지 마라>에 담겨진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기억속의 이름을 지워내지만
숫자보다 더 큰 사랑을 지운다는 것은 쉬운일 아니겠지요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죽을때까지 잊지못할 그리운 이름이군요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