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스스로 제 몸을 찾아가고> / 이윤훈/ 《시작》2005년 여름호
몸이 스스로 제 몸을 찾아가고
사나흘을 굶는다
몸이 스스로 제 몸을 찾아가고
먹성이 순해진다
머리 속이 맑아진다
연못의 흙물 가라앉고
백련이 제 빛을 드러낸다
연잎만큼 커진 귀에 먼 뻐꾸기 소리 담긴다
소금쟁이가 둥근 글자를 그리다 지운다
실잠자리 물풀 끝에 사뿐 내려앉았다 날아가고
단출한 생각 한 잎 잠시 흔들리다 멈춘다
심장이 비단잉어처럼 뛰었다 잠긴다
[감상]
단식은 육체의 욕구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시는 연못과 화자를 일치시키며 존재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또한 맑은 서정으로 인해 읽는 이에게 어느 암자에서 참선하는 듯한 몰입을 느끼게 하고요. 기실 연못의 흙물은 스스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물의 밀도와 중력 작용에 의한 것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자아가 스스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흙물처럼 무언가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화자와 연못이 동일화가 되는 이유는 이처럼 <나>라는 존재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유에 있습니다. 그러니 몸이 스스로 제 몸을 찾아가는 것이란, 내 몸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실체에 가닿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