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의 사랑〉 / 김재홍/ 2003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공터의 사랑
변두리 공터에는
한밤에 어린 연인들이 모여든다
민소매 셔츠에 힙합 바지를 입고
장판 뜯어진 평상이나 깨진 벽돌 더미에 앉아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흔들어댄다
저 아이들은 지금
담장 모서리에 쪼그려 앉아
MP3 플레이어 이어폰을 나눠 끼고
서로 머리칼 부딪히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그러다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시간이 되면
뻐끔 담배를 피우거나 소주를 홀짝이거나
부둥켜 앉고 입을 맞추거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꽃이 되어
어둑한 이곳을 비출 것이다
천변 마을 십자가는 아득히 빛나고
대낮이면 부글부글 끓던 여천천도
굽은 허리 펴고 발목만 흔들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나도 갑자기 뒷골목 물살이 되어
뒤엉킨 잡풀이나 걷어차면서
버려진 운동화 깨진 선풍기나 걷어차면서
아주 천천히 지나가곤 한다
[감상]
<청춘>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특히 마지막 연이 인상 깊은데 화자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공터의 사랑>이 더욱 여운이 남는군요. <변두리 공터>가 그러하듯 무언가에 중심이 되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런 변두리가 오히려 아늑했던 한때를 떠올려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화자는 저들의 사랑이 변두리에서 뜨거워지는 것을, 못내 그냥 지나칠 순 없었나봅니다. 질투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은 시입니다.
이 기분을 느껴본적 있는데요
그거 괜찮더군요 ^^*
저도 화자처럼 뒷골목 물살이 되어
일회용 깡통이나 돌멩이 하나 골라잡아
펑펑 공처럼 차면서 지나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