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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 권주열

2005.06.22 15:57

윤성택 조회 수:1568 추천:239

<밤바다> / 권주열/ 《대릉원에는 고래가 산다》(수요시포럼 동인지)中


        밤바다

        뿌리 없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물 위로
        물고기가 가지마다 매달려 팔랑인다

        그 나무 밑에 모인
        배 몇 척 불 밝힌 채
        사다리를 놓고 올라간다
        
        바람이 부는데도
        아랑곳없이
        밤샘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수평선에
        물고기가 낙엽처럼 진다


[감상]
잔잔한 흐름으로 고즈넉해집니다. 밤바다에 드리워진 불빛에서 나무의 형상이 새어나오고,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바다'라는 숲을 이룹니다. 잎새 모양의 '물고기'가 바람에 흩날리듯 물밑을 오가고, 그러다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 낙엽처럼 보일만도 합니다. 밤바다에서 숲을 발견하는 시인의 서정에 흠뻑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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