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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 배홍배

2005.07.08 17:02

윤성택 조회 수:1908 추천:203

《단단한 새》 /배홍배 / <문학의전당> 시인선


        그리운 이름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감상]
휴대폰의 등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만남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편지처럼 사나흘 걸려 전달되는 여운의 관계가, 보다 빠른 광역화된 인간관계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이 시의 '사소한 사랑'은 전화번호만 지우면 남남이 된다는 문명사회의 슬픈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그리움을 묘비명에 새긴다는 결연함에 숙연해지는데요, <잊지 마라>에 담겨진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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