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 신현정/ 《애지》시인선 (근간)
파문(波紋)
연잎 위의 이슬이
이웃 마실 가듯 한가로이 물 속으로 굴러 내리지만
여기 평화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슬 한 개 굴러내리면서
아, 수면에 고요히 눈을 뜬 동그라미가 연못을 꽉 차게
돌아나가더니만
이 안에서 들어와 잠을 자던 하늘이며 나무며 산이
건곤일척(乾坤一擲) 일거에 일어서서 그 커다란 몸을 추스른다
새들, 도도히 날아간다.
[감상]
절제된 듯 싶지만 그 안의 생동감 있는 형상화가 서정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슬 한 개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건곤일척>까지, 자연스럽게 숨을 몰아쉬는 리듬감이 깔끔한 완결미에 이릅니다. <눈을 뜬 동그라미>로 그려나가는 풍경이 과장스럽지 않았던 것은, <연못> 나름의 서정이 시적 장치로 잘 드러났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슬 한 개는 흙과 대기를 순환하는 오랜 여정을 거쳐 연못에 맺혀든 온전한 생명체이다>라는 해설에 밑줄을 그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