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파문 - 신현정

2005.10.17 13:38

윤성택 조회 수:1519 추천:210

《자전거 도둑》 / 신현정/ 《애지》시인선 (근간)


        파문(波紋)

        연잎 위의 이슬이

        이웃 마실 가듯 한가로이 물 속으로 굴러 내리지만

        여기 평화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슬 한 개 굴러내리면서

        아, 수면에 고요히 눈을 뜬 동그라미가 연못을 꽉 차게
        
        돌아나가더니만

        이 안에서 들어와 잠을 자던 하늘이며 나무며 산이

        건곤일척(乾坤一擲) 일거에 일어서서 그 커다란 몸을 추스른다

        새들, 도도히 날아간다.        


[감상]
절제된 듯 싶지만 그 안의 생동감 있는 형상화가 서정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슬 한 개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건곤일척>까지, 자연스럽게 숨을 몰아쉬는 리듬감이 깔끔한 완결미에 이릅니다. <눈을 뜬 동그라미>로 그려나가는 풍경이 과장스럽지 않았던 것은, <연못> 나름의 서정이 시적 장치로 잘 드러났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슬 한 개는 흙과 대기를 순환하는 오랜 여정을 거쳐 연못에 맺혀든 온전한 생명체이다>라는 해설에 밑줄을 그어두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851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2005.11.12 2029 220
850 낙엽 - 이성목 [2] 2005.11.10 2558 228
849 돌아가는 길 - 문정희 2005.11.09 2021 208
848 분갈이 - 정용기 2005.11.05 1447 213
847 옥상 - 정병근 [3] 2005.11.03 1885 227
846 해바라기 - 조은영 [1] 2005.11.01 3062 251
845 빨간 모자를 쓴 사내 - 문신 [1] 2005.10.28 1794 207
844 흐린 하늘 - 나금숙 [2] 2005.10.27 2244 243
843 12월 - 강성은 [3] 2005.10.26 2129 240
842 객관적인 달 - 박일만 [3] 2005.10.25 1674 222
841 무대 - 유종인 [1] 2005.10.24 1512 202
840 이 전대미문의(신생아실에서) - 이경림 [1] 2005.10.22 1228 184
839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 문세정 2005.10.18 1533 220
» 파문 - 신현정 2005.10.17 1519 210
837 밀실의 역사 - 권혁웅 2005.10.13 1497 226
836 떨어진 사람 - 김언 2005.10.12 1645 189
835 십자로 - 이동호 2005.10.11 1590 222
834 홈페이지 - 김희정 [2] 2005.10.07 1727 236
833 꽃피는 만덕 고물상 - 권현형 [2] 2005.10.06 1501 221
832 욕조들 - 김이듬 2005.10.05 1356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