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하다》 / 김희정/ 《현대시》시인선(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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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광고에서 무료로 집을 분양받아
부리나케 내 집을 지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밀레의 만종을 벽지로 붙였습니다
가족을 위해 평생 집 한 칸 장만 못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평수의 제한은 있었지만 어떻습니까
내 집인 걸요
친구들이 마음 놓고 누웠다 갈 방을 만들고
하루를 풀어줄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포장마차 같은 방도 만들었지요
어디 제 평생 이런 집 꿈이라도 꾸겠습니까
욕심을 부려 가족이 어울릴 수 있는
아담한 방도 만들었습니다
셋방살이에 변변히 걸지 못했던 가족사진도
벽에 못을 박지 않고 걸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찡그렸던 딸아이가
한 밤 달맞이꽃처럼 얼굴을 활짝 피웠습니다
내 생에 서재 있는 집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지만
그 공간도 마련하였습니다
셋방살이에 아끼고 아낀 살림으로 몇 권의 시집을 사들였으나
놓을 데가 없어 찌개 받침대로 사용하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 주어 미안한 마음 조금 풀었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살면서 손때 묻은 몇 편의 시를
내 이름으로 올릴 수 있는 여백도 마련하였습니다
텔레비전에 수 십 평 아파트나 별장이 나타나면
꿈나라를 보는 듯 하였지만
지금 나는, 아직도 많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되어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감상]
온라인 홈페이지는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소통하며 그 생기와 탄력으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 시는 그러한 현실과 가상이라는 분리된 상황을 하나로 그러모아 놓습니다. 곤궁한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와 詩의 꿈을 이뤄내기도 하고, 이러한 기대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풀어내는 흐름이 담백하게 읽히는군요. 이렇듯 사이버 공간은 일종의 해방구적인 삶의 공간이 아닐까요.
재미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