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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포역 - 전형철

2007.11.06 16:42

윤성택 조회 수:1275 추천:116

「매포역」 / 전형철 (200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현대시학》 2007년 10월호, 신인공모당선작 中


        매포역
        
        갈꽃들 올 찬 솜이불 되어
        금강을 보듬는다
        눈이 맑은 새 한 마리, 어딘가
        둥지 트는 소리 수면 위를 난다
        가을 간이역 언저리로 안개를 토해낸 강물은
        목이 좁은 여울에서 긴 여행의 피로로 쿨럭댄다        
        강 건너 산에 업힌 초가 몇 채는 벌써
        포대기에 싸여 잠들고 있다
        불빛 두어 개가 떨리고
        섬돌 위에 가지런한 신발들이
        저희끼리 얼굴을 부빈다
        새벽의 끄트머리, 강물은 또 가을별처럼
        살얼음이 박히고
        작은 둠벙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떠나갈 것이다


[감상]  
늦가을 여행자의 시선이 애잔하게 펼쳐집니다. 여행에 있어 머무를 곳과 따뜻하게 잠들 곳이란, 하나의 여정일 뿐이지만 안주하고픈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그리움의 일종입니다. <안개를 토해낸 강물은/ 목이 좁은 여울에서 긴 여행의 피로로 쿨럭댄다>라는 오감이 열려 있는 표현이 그러하듯, 금강의 풍경은 쓸쓸하지만 살갑게 내면을 향해 가닿습니다. 뚜벅뚜벅 먼길을 함께한 신발이 <저희끼리 얼굴을 부빈다>는 건, 외롭고 온유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강물은 그렇게 간이역인 매포역에서 얼었다가 풀렸다가 다시 흘러갑니다.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시간처럼, 인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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