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포역」 / 전형철 (200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현대시학》 2007년 10월호, 신인공모당선작 中
매포역
갈꽃들 올 찬 솜이불 되어
금강을 보듬는다
눈이 맑은 새 한 마리, 어딘가
둥지 트는 소리 수면 위를 난다
가을 간이역 언저리로 안개를 토해낸 강물은
목이 좁은 여울에서 긴 여행의 피로로 쿨럭댄다
강 건너 산에 업힌 초가 몇 채는 벌써
포대기에 싸여 잠들고 있다
불빛 두어 개가 떨리고
섬돌 위에 가지런한 신발들이
저희끼리 얼굴을 부빈다
새벽의 끄트머리, 강물은 또 가을별처럼
살얼음이 박히고
작은 둠벙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떠나갈 것이다
[감상]
늦가을 여행자의 시선이 애잔하게 펼쳐집니다. 여행에 있어 머무를 곳과 따뜻하게 잠들 곳이란, 하나의 여정일 뿐이지만 안주하고픈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그리움의 일종입니다. <안개를 토해낸 강물은/ 목이 좁은 여울에서 긴 여행의 피로로 쿨럭댄다>라는 오감이 열려 있는 표현이 그러하듯, 금강의 풍경은 쓸쓸하지만 살갑게 내면을 향해 가닿습니다. 뚜벅뚜벅 먼길을 함께한 신발이 <저희끼리 얼굴을 부빈다>는 건, 외롭고 온유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강물은 그렇게 간이역인 매포역에서 얼었다가 풀렸다가 다시 흘러갑니다.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시간처럼, 인연처럼.
저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무어라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도
부끄럽네요.
대신 전해 주세요.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다고,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요.
이해존 시인도 안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