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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감자탕

2002.01.14 18:11

윤성택 조회 수:189 추천:1


            

수원역에 가면 순대골목이 있습니다.
그곳 "평택집"이라는 곳이
내가 무작정  詩 때문에 학교를 다시 다녔던 시절
단골 술집이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 쓰는 동기들과 어울려
많은 밤들을 함께 했었습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도 있었고,
싸리 눈이 내리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물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때
시화액자 하나 걸어 드렸습니다.

어제, 그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내부가 조금 확장되었지만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그 옛날 그대로
순대국처럼 따뜻했습니다.

열정 하나만은 아랫목이었던 시절,
거기 치기어린 한 대학생이
정말 등단 시인이 되었다고
한걸음에 달려나와 두툼한 손으로
잡아주시더군요.

시화액자는 그곳에서 예전 그대로
어느 누군가의 눈길을 받으며
몇 년 동안 세월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래 수원역에 가서 생각해보니
내 잃어버린 기억들이 낡은 간판이나
건널목 신호등이나
지나는 버스 번호에서 묻어 나고 있었습니다.
한때 그리움이 소주와 같았던 날들이기에
수원역 "평택집"에 가면
뜨거운 감자탕 국물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래서 나에게
추억은 감자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