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추억은 감자탕

2002.01.14 18:11

윤성택 조회 수:255 추천:1


            

수원역에 가면 순대골목이 있습니다.
그곳 "평택집"이라는 곳이
내가 무작정  詩 때문에 학교를 다시 다녔던 시절
단골 술집이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 쓰는 동기들과 어울려
많은 밤들을 함께 했었습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도 있었고,
싸리 눈이 내리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물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때
시화액자 하나 걸어 드렸습니다.

어제, 그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내부가 조금 확장되었지만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그 옛날 그대로
순대국처럼 따뜻했습니다.

열정 하나만은 아랫목이었던 시절,
거기 치기어린 한 대학생이
정말 등단 시인이 되었다고
한걸음에 달려나와 두툼한 손으로
잡아주시더군요.

시화액자는 그곳에서 예전 그대로
어느 누군가의 눈길을 받으며
몇 년 동안 세월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래 수원역에 가서 생각해보니
내 잃어버린 기억들이 낡은 간판이나
건널목 신호등이나
지나는 버스 번호에서 묻어 나고 있었습니다.
한때 그리움이 소주와 같았던 날들이기에
수원역 "평택집"에 가면
뜨거운 감자탕 국물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래서 나에게
추억은 감자탕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8 우리의 인연 [1] 정승렬 2002.01.16 240
757 집이 없어졌어요 [2] 김혜경 2002.01.15 183
756 어두운 하늘... [1] 어리연꽃 2002.01.15 174
755 세상 사람들은 [1] 이상관 2002.01.15 218
» 추억은 감자탕 [1] 윤성택 2002.01.14 255
753 우리 세 발 자욱만 떨어져 걸어요. [2] 김숙 2002.01.14 111
752 윤성택! 으흐흐 [7] 김훈기 2002.01.12 252
751 풀다 [2] 2002.01.12 240
750 눈내리는 바닷가 [6] 김혜경 2002.01.11 229
749 그리울 만큼만 윤성택 2002.01.11 278
748 뜬금없이 [2] 권정희 2002.01.11 329
747 소나기 [1] 이상관 2002.01.11 198
746 지란지교 [1] 김혜경 2002.01.10 355
745 굳다 [1] 2002.01.09 232
744 윤시인님 노블에서 인터넷 신춘문예는 [1] leader 2002.01.08 246
743 동전 몇 닢과 근황 [3] 윤성택 2002.01.08 282
742 윤성택 시인~ [1] 이상관 2002.01.08 237
741 뽀글이. 왕비. 몽실이...... 나의 친구들. [1] 어리연꽃 2002.01.08 100
740 한적한 일요일에 [3] 이창호 2002.01.06 236
739 그건 전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2] 김솔 2002.01.04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