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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만큼만

2002.01.11 18:21

윤성택 조회 수:278 추천:5

            

오늘도 밤이 하루의 어깨를 쓰윽, 짚고
서쪽으로 난 창마다 불타올랐던 한때를
어스름으로 지우고 있습니다.
바쁜 일은 나를 잊게 하지만
일순 찾아오는 퇴근 무렵이면
내 낡은 구두도 알고 있을 길들이 쓸쓸해집니다.
이런 날은 소주잔도 깊어
마음 바닥까지 두레박이라도 내리고 싶습니다.
꺾이는 것은 골목만이 아니라
세상 둥근 것들이라는 사실을
입술로 잔을 꺾으며 생각해보고 싶을.

내 당신에게 저 들녘의
가로등 불빛을 꺾어다 드리리다.
이렇게 객기라도 부리다보면
사랑도 알처럼 부화되지는 않을까.

내 마음을 읽고 싶을 때
항상 시계를 풀어놓고
타이핑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판 검지에 걸리는 "F"와 "ㄹ"을 더듬거리며
아 오늘도 갔구나.
라고 기지개를 켜며,

그리울 만큼만
뒷목을 주물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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