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라버니.
마음 불씨 하나 품고, 싶어지는 11월의 어느 새벽이에요.
잘 지내시는지, 사람들에게 종종 이 말을 할 때면
얼마나 미안해지는지, 안부도 전하지 못할 만큼,
내 마음이 잘 지내지 못한건지, 아니면 게으름의 간극이 더 커진건지,
그저, 쓸쓸히, 마음을, 똑똑, 두드려봐요.
어제 받은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혜진님, 아직, 겨울이 아니예요, 였는데.
나는 언제나 이미, 겨울이라는 마음으로,
계절, 일년의 마디 마디를 그저, 외면해 온 것 같아요.
더없이 비겁하게, 말이죠.
내일, 아니 벌써 오늘이죠.
몇 시간 뒤, 공강시간에 학교 맞은편의 어린이 대공원을 다녀올까 해요.
낙엽, 늦가을의 심장을 몇 잎, 줍고 와야겠어요.
오라버니, 몸 건강히 잘 지내세요.
늦가을이 고요하게, 겨울의 문을 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