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 - 총소리에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대문을 열어보니 연기가 자욱하더군요. 깨어진 유리창이나 피의 흔적은 없었는데 사람들이 슬리퍼 차림으로 우왕좌왕하더군요. 그저 놀랄 뿐이었어요. 두두두두 - 아파트 전체가 방역을 하더군요.
저희 집 아래에는 김 선일씨의 시신이 안치된 시립 의료원이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에 젖어 오가는 많은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들이 어떠한 일을 저지러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네요. 티브이 뉴스에 혹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찍힐까?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외출을 삼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방어와 준비 태세도 갖추지 못했는데 도발해오는 것들과 마주치면 멍청한 슬리퍼 차림의 정신으로 지레 겁부터 먹게 되네요. 느닷없이 쳐들어와 크게 소리내는 약 때문에 왕왕 놀랐습니다. 잘 살아보자고 무차별로 뿜어 대는 소리약과 함께 여름이 비틀거림과 놀라움 속에서 진행되고 있네요. 엉터리같은 시간 속에 머문다는 생각입니다.
*임 지훈 - 회상
나이 때문일까 노래 취향도 저와 비슷하시군요. 이 노랠 정말 잘 불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걸걸한 목소리에 충청도 고대도라는 섬에서 뭍으로 유학 나온 친구. 중학교 2학년 때 포장마차에서 내 생애 첫 소주를 권했던 친구. 그에게서 사랑이 한번 다녀갔을 때까지 나는, 빼빼 마른 얼치기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우정은 깊고 깊은 추억 상자에서 그대로 들어 있을 터인데 아무도 열어주지는 않는 세월만 흐르고 있습니다.
김선일 씨 절규하는 목소리만 생각하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분노만 들끓는 요즘, 방역차는 이곳도 다녀갔습니다. 그 차를 뒤따라 달려갔던 때처럼 나 또한 소독되길 바라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