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계시지요?...오늘은 기분이 좀 그렇고 그러네요. 밖에는 비가 그렁 그렁 오다 가고 오다 가고...누구랑 조금 말다툼 아닌 말다틈으로 무언의 헤어짐을 선고하고 ^^...문득..이별이 아프다 말은 하지만..어쩌면 우리는 이별을 만들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시인님..위의 써진 글을 보면 '삶의 진솔한 이야기'인데...정작 제가 여기 오고 싶을 때는 아직은 '시의 이야기' 가 주를 이를 것 같습니다..언젠가 이야깃 거리가 있으면 삶의 이야기들도 나누고 싶고요...
질문을 쏠께요^^..
저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 이미지들이 먼저 많이 떠오르거든요...
예를 들면 어제는 인터넷에서 음표들이 몇개 화면에 떳는데요..8분음표를 보니..여자들의 굽이 가들고 높은 뾰족 구두가 생각이 나요..그래서 마치 여자들이 걸을 때면..음표들이 쏟아지거나..음악 소리가 나거나..하였튼 어떤 연상이 나요...이것은 하나의 예고요..제가 지금 잠기고 있는 시제가 '빗소리'에요.
엊그제에 깊은 밤중이었어요..그 날도 컴에 앉아 시상을 찾는 중인데요..창 밖에서 빗소리가 나요..그러면 저는 그 빗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는 의문을 답니다 왜 비가 소리를 낼까...저 투명한 물줄기...그 속에도 성대가 있는 것일까?..왜 공중에서..그 먼거리를 달려올 때는 침묵을 내다가 저 낮은 곳에서 부딪치는 곳에서 소리를 낼까..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면서 제가 자판기를 툭 툭 치는데..이 소리도 빗소리로 들려요...그래서 얻어낸 표현들이 여러가지에요..
빗소리
1. 맴돌기만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까
박차고 먼 길을 달려오는 비
무엇이 그리 가슴에 가득 차 있기에
만나는 아무에게나
저렇듯 말을 해댈까
2.구겨진 편지지처럼 뒹글고 있던 구름
바람에 이리 저리 밀리다
행마다 붙어 있던 글들이
비가 되어 떨어진다
잎새들의 숨죽이며 읽는 소리
축축한 소리
3.
그 먼 거리를 달려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더 이상 내려 앉을 수 없는 곳에
내 뱉는 말들...
한 밤 중
자판 기 위
내 손가락 빗줄기처럼 떨어진다
제가 그냥 떠오르는 표현들을 그냥 적어 보았는데...공통점은 말이에요..그리고 비와 빗소리, 자판기와 자판소리..그리고 무엇인가 전하고 싶은 말들인데.....
정작 제가 떠 오른 이 심상들이나 이미지들이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 주제가 확 떠 오르지 않는 것이에요...어쩌면 아직도 제 가슴에 충분히 고여있지 않거나. 익지 않거나 하기 때문인 것도 같은데...제가 꼭 이 시제만 아니라..그럴 때가 많거든요..어떤 사물을 보았을 때 A=B 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많은데, 발상이나 심상은 있는데...그냥 그것으로 끝날 때가 많다는 것이지요...지금까지 그냥 한 예로 자세히 열거 한 것인데요..이럴 때 어떡해야 하는 것인지....가끔은 정말 누군가에게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꼭 물어보고 싶더군요...
제 질문이 쬐깐 복잡한가요?...^^..에구 이쁘게 봐주세요...
비가 되어 떨어진다
참 좋은 발견이군요. 빗소리를 다르게 볼 줄 아는 것 자체가 시인의 눈이겠지요. 질문하신 내용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A=B의 형식으로 비유를 하긴 하는데 거기서 어떤 맺음으로 나아갈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시는 "소통"의 관로를 지나 본질적인 "울림"으로 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주관적인 것이면서도 모두가 알아들을 만한 현상 너머의 이면에 대한 시선을 말합니다. 그러나 A=B 방식을 이끄는 것은 "울림"의 방향성인데, 이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철학, 세계관을 가져야합니다. 이 세계관이 도덕으로 포장되어 있거나 종교에 속해 있으면 시가 뻔해져 울림이 약합니다. 이러한 잣대로도 판명할 수 없는 경지, 선악과 종교를 넘어서는 시를 쓰신다고 생각해보시길요. 그리고 꼭 주제를 염두하고 시를 쓰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여하간 무엇을 설명하려 하니 제가 말이 참 짧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