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2013.09.10 07:58

윤성택 조회 수:668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세 시간이 걸리는구나. 밤이 저녁놀을 삼키고 약효를 기다리듯, 나는 이 가을의 처방에 따라 생각을 훑으면 나무에 매달린 메모지 툭툭 떨어져 내리는 상상. 


서늘한 새벽, 알약처럼 몸을 웅크린다. 누가 나를 복용하는지 아린 위통처럼 가로등 환하다. 이불로 몸을 봉하면 점선으로 이어지는 꿈들. 몇 알의 별이 손바닥에서 별자리를 이루는 상상.

가을은 필체의 계절이다. 나무마다 붉은, 노란, 갈색의 잉크에 뿌리를 적시고 공중으로 써내려가는. 그렇게 문장이 시들어가면서 읽힌다. 내 몸이 한 시절 생을 적시다갈 당신에게 이 악필을 어쩌지 못한 채.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2466
98 2014.01.07 1792
97 거래 file 2013.12.31 896
96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2378
95 철(撤) file 2013.12.19 1217
94 7cm 눈 file 2013.12.16 1184
93 충혈 file 2013.12.11 1362
92 한 사람 file 2013.12.10 1100
91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3137
90 안부 file 2013.11.26 2257
89 그대 생각 file 2013.10.25 967
88 가을 file 2013.10.17 2303
87 一泊 2013.10.10 933
86 2013.09.25 664
85 드라마 2013.09.23 673
84 대리 2013.09.13 658
» 2013.09.10 668
82 몸이 생각을 앓고 나면 2013.09.05 847
81 감도 2013.08.31 666
80 우울 2013.08.29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