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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07:58

윤성택 조회 수:600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세 시간이 걸리는구나. 밤이 저녁놀을 삼키고 약효를 기다리듯, 나는 이 가을의 처방에 따라 생각을 훑으면 나무에 매달린 메모지 툭툭 떨어져 내리는 상상. 


서늘한 새벽, 알약처럼 몸을 웅크린다. 누가 나를 복용하는지 아린 위통처럼 가로등 환하다. 이불로 몸을 봉하면 점선으로 이어지는 꿈들. 몇 알의 별이 손바닥에서 별자리를 이루는 상상.

가을은 필체의 계절이다. 나무마다 붉은, 노란, 갈색의 잉크에 뿌리를 적시고 공중으로 써내려가는. 그렇게 문장이 시들어가면서 읽힌다. 내 몸이 한 시절 생을 적시다갈 당신에게 이 악필을 어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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