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후룹

2020.09.28 18:53

윤성택 조회 수:729

건널목에서 아아, 가을이다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고갤 숙이는데,

호흡 안으로 딸려오는 소리.

후룹,

비강에서 이는 청량함.

봄과 여름을 지나오면서

처음 듣는 이 촉촉한 리듬,

왜 이리 경쾌한지.

콧속에도 가을이 들었구나.

조금씩 물드는 잎새들과

일찍 켜진 간판들,

올 굵은 스웨터.

반가워 울 뻔한 젖은 콧속이 찡해온다.

오늘은 누구도 모를 비밀도

머플러를 둘렀겠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건

어깨를 좁혀 가을에 끼워보는 일.

버스 안에서 떨어뜨린 책갈피 줍느라

후룹,

를 들이마시는 일.

내 건조한 낱장에

뭔가 쓰여 지는 이 습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2 봄 낮술 2022.04.27 470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472
130 음악 2022.03.23 472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470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474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507
126 시고 시인 2021.12.01 456
125 버퍼링 2021.10.06 477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476
123 허브 2021.08.25 478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520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497
120 쐬하다 2020.11.11 787
» 후룹 2020.09.28 729
118 태풍 2020.09.04 6781
117 폭염 2020.08.17 3094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989
115 밀교 2020.03.25 932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1037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