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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룹

2020.09.28 18:53

윤성택 조회 수:898

건널목에서 아아, 가을이다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고갤 숙이는데,

호흡 안으로 딸려오는 소리.

후룹,

비강에서 이는 청량함.

봄과 여름을 지나오면서

처음 듣는 이 촉촉한 리듬,

왜 이리 경쾌한지.

콧속에도 가을이 들었구나.

조금씩 물드는 잎새들과

일찍 켜진 간판들,

올 굵은 스웨터.

반가워 울 뻔한 젖은 콧속이 찡해온다.

오늘은 누구도 모를 비밀도

머플러를 둘렀겠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건

어깨를 좁혀 가을에 끼워보는 일.

버스 안에서 떨어뜨린 책갈피 줍느라

후룹,

詩를 들이마시는 일.

내 건조한 낱장에

뭔가 쓰여 지는 이 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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