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쐬하다

2020.11.11 17:47

윤성택 조회 수:370

포장마차 경유난로가

소주 뒷맛처럼 쐬하다.

안경을 벗어 탁자에 놓는다는 건,

시력이 더 이상 타인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그래서 초고추장은 깊고

구름은 와사비 빛이 난다.

감각을 휘휘 젓는 자정 무렵이니까.

무엇이든 접촉이 두려운 계절,

멀찍이 입막음한 헤드라이트가

쉭쉭거리며 스쳐간다.

이런 날은,

이런 날은 그렇다.

내가 모르는 내가

나를 훑어봐도 괜찮다.

그만큼 별들은 자유로우니까.

양자역학적으로,

한 잔 가득

어딘가로 비워지고 있다고.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 버퍼링 2021.10.06 127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135
123 허브 2021.08.25 108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163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121
» 쐬하다 2020.11.11 370
119 후룹 2020.09.28 316
118 태풍 2020.09.04 4922
117 폭염 2020.08.17 2608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53
115 밀교 2020.03.25 489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598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22
112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622
111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64
110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107
109 벚꽃 file 2015.04.27 1155
108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819
107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734
106 잠들기 직전 2014.03.07 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