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봄 낮술

2022.04.27 14:43

윤성택 조회 수:49



유리창밖 천막이 바람에 들썩일 때마다

비스듬한 햇살이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이마의 수분으로 여드름 피던 시절이 있듯

쓰윽 짚어보는 볕에도

꽃이 묻어난다. 너를 꺼내온 건

나무의 본심이었겠다.

꽃이라 불렀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처럼

이런저런 회심에도 색이 돈다. 그러니

봄은 누군가가 잊지 않았다는 기념.

몇 백 년 전 그가 꽃으로 웃는지 우는지,

흩날리는 향기만으로도 나는 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 실감나서,

몸이 너무도 시간에 꼭 맞아서,

간신히 망울로 빠져나오는 봄이므로.

토드락이는 바람에 볼이 붉다.

가장 그리운 곳부터 열을 얻어가는 취기가

동백이었다면, 나는 목련 변방에서

손가락으로 막걸리나 젓고 있었을 터.

생은 막걸리처럼 텁텁하나니 꽃이여,

나를 가득 채워라. 나를 들이켜

다시 누군가 눈에 담겨주렴.

그쯤에서 들켜보고 싶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53
134 버찌 2022.06.17 60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42
» 봄 낮술 2022.04.27 49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44
130 음악 2022.03.23 55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41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42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73
126 시고 시인 2021.12.01 54
125 버퍼링 2021.10.06 75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80
123 허브 2021.08.25 75
122 막걸리 한 잔 2021.06.22 86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69
120 쐬하다 2020.11.11 257
119 후룹 2020.09.28 259
118 태풍 2020.09.04 4079
117 폭염 2020.08.17 2554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