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포

2023.01.18 14:08

윤성택 조회 수:498

가야할 곳이 있어 몸을 소포처럼 내려놓는다

온전히 배달되는

기차라든가 버스라든가 전철에

담겨 있으면

 

나 또한 소인이 찍힌 우편 같다

죽음이라는 배송처가 서명을 받아내면

뜯어본 사연이 환등처럼 어른거릴 텐데

 

모두 휴대폰을 열고 무언가에 골몰해할 때

그 옛날 펼친 책 한 권이 읽어주던

낯빛이 설핏 스친다

글자를 알게 된 후 글자가 나를 만나러

행간을 걸어왔던 설렘 같은 거

 

누구나 과거 어딘가에서는

배지(校標) 달고 갈피 접은 책을

펼쳤던 적 있었으므로

 

차창이 노끈 같은 빗줄기에 단단히 묶인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637
144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456
143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530
142 영화로운 2024.01.26 513
141 보랏지다 2023.12.28 533
140 냉장고 2023.09.07 503
139 poemfire.com 2023.05.10 502
138 시나리오 2023.02.24 533
» 소포 2023.01.18 498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536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632
134 버찌 2022.06.17 540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527
132 봄 낮술 2022.04.27 511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515
130 음악 2022.03.23 513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515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513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540
126 시고 시인 2021.12.01 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