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허브

2021.08.25 14:33

윤성택 조회 수:592

시름시름 앓던 허브가

거의 말라 누렇게 되었을 때

마지막이다 싶어 밖에 내다놓았다.

 

그리고 잊었다.

 

오며가며 눈길이 닿았지만

뿌리가 썩었을 텐데, 하면서

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오늘,

그 앞에 쪼그려

네가 보내주는 향기를 맡는다.


hhhh.jpg

 

꽉 막힌 안에서

나는 너에게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닐까.

바람 한 점 없는 구석에서

너는 너대로 나를 비워갔으리라.

 

그리고 우린

몇 발짝 문을 건너가 타인으로

몇 달을 지냈다.

 

돌이켜보면 집착이 서로를

숨 막히게 했다.

 

폭염이 들끓던 여름

단 한 번 물도 주지 못해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차마 들여 놓지 못해서

 

나는,

너에게 향기가 없구나.

 

쪼그려 앉은 무릎이 자꾸만 바닥에 닿는다.

그래,

이렇게

너를 본다,

사진에 담는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587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594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615
126 시고 시인 2021.12.01 555
125 버퍼링 2021.10.06 588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587
» 허브 2021.08.25 592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646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600
120 쐬하다 2020.11.11 921
119 후룹 2020.09.28 872
118 태풍 2020.09.04 7379
117 폭염 2020.08.17 3250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1140
115 밀교 2020.03.25 1053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1154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1478
112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1253
111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684
110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