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허브

2021.08.25 14:33

윤성택 조회 수:126

시름시름 앓던 허브가

거의 말라 누렇게 되었을 때

마지막이다 싶어 밖에 내다놓았다.

 

그리고 잊었다.

 

오며가며 눈길이 닿았지만

뿌리가 썩었을 텐데, 하면서

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오늘,

그 앞에 쪼그려

네가 보내주는 향기를 맡는다.


hhhh.jpg

 

꽉 막힌 안에서

나는 너에게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닐까.

바람 한 점 없는 구석에서

너는 너대로 나를 비워갔으리라.

 

그리고 우린

몇 발짝 문을 건너가 타인으로

몇 달을 지냈다.

 

돌이켜보면 집착이 서로를

숨 막히게 했다.

 

폭염이 들끓던 여름

단 한 번 물도 주지 못해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차마 들여 놓지 못해서

 

나는,

너에게 향기가 없구나.

 

쪼그려 앉은 무릎이 자꾸만 바닥에 닿는다.

그래,

이렇게

너를 본다,

사진에 담는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9 poemfire.com 2023.05.10 158
138 시나리오 2023.02.24 113
137 소포 2023.01.18 117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100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211
134 버찌 2022.06.17 150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113
132 봄 낮술 2022.04.27 133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128
130 음악 2022.03.23 125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114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121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174
126 시고 시인 2021.12.01 119
125 버퍼링 2021.10.06 141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149
» 허브 2021.08.25 126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172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137
120 쐬하다 2020.11.11 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