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후룹

2020.09.28 18:53

윤성택 조회 수:889

건널목에서 아아, 가을이다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고갤 숙이는데,

호흡 안으로 딸려오는 소리.

후룹,

비강에서 이는 청량함.

봄과 여름을 지나오면서

처음 듣는 이 촉촉한 리듬,

왜 이리 경쾌한지.

콧속에도 가을이 들었구나.

조금씩 물드는 잎새들과

일찍 켜진 간판들,

올 굵은 스웨터.

반가워 울 뻔한 젖은 콧속이 찡해온다.

오늘은 누구도 모를 비밀도

머플러를 둘렀겠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건

어깨를 좁혀 가을에 끼워보는 일.

버스 안에서 떨어뜨린 책갈피 줍느라

후룹,

詩를 들이마시는 일.

내 건조한 낱장에

뭔가 쓰여 지는 이 습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0 음악 2022.03.23 613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603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609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624
126 시고 시인 2021.12.01 570
125 버퍼링 2021.10.06 610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604
123 허브 2021.08.25 615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661
121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615
120 쐬하다 2020.11.11 944
» 후룹 2020.09.28 889
118 태풍 2020.09.04 7420
117 폭염 2020.08.17 3263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1158
115 밀교 2020.03.25 1067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1170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1494
112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1266
111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