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15:23

윤성택 조회 수:442

서쪽으로 나 있는 통창으로 대로가 있고

그 너머 공사 가림막에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떼어내다 그대로 자국이 되어버린

청테이프며 스카치테이프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이글거린다.

저곳에 한때 우리도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구름을 문덕문덕 떼어내 푸른색에 담아놓은 하늘,

탁 트인 저 앞도 그렇게 밤으로 저물어갈 것이다.

계체량에 실패한 복서가

다시 체중을 재기 위해 기다리는 기분일까.

아니 간신히 기억해낸 사람의 이름을 잊을까봐

불안해하는 꿈같은 걸까.

건물의 그림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나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480
»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442
120 쐬하다 2020.11.11 723
119 후룹 2020.09.28 681
118 태풍 2020.09.04 6559
117 폭염 2020.08.17 3034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952
115 밀교 2020.03.25 886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996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1269
112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1021
111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485
110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518
109 벚꽃 file 2015.04.27 1582
108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2228
107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1128
106 잠들기 직전 2014.03.07 1258
105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1136
104 무게 file 2014.03.07 1172
103 빗물처럼 file 2014.02.12 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