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15:23

윤성택 조회 수:536

서쪽으로 나 있는 통창으로 대로가 있고

그 너머 공사 가림막에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떼어내다 그대로 자국이 되어버린

청테이프며 스카치테이프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이글거린다.

저곳에 한때 우리도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구름을 문덕문덕 떼어내 푸른색에 담아놓은 하늘,

탁 트인 저 앞도 그렇게 밤으로 저물어갈 것이다.

계체량에 실패한 복서가

다시 체중을 재기 위해 기다리는 기분일까.

아니 간신히 기억해낸 사람의 이름을 잊을까봐

불안해하는 꿈같은 걸까.

건물의 그림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나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518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520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547
126 시고 시인 2021.12.01 497
125 버퍼링 2021.10.06 515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524
123 허브 2021.08.25 531
122 막걸리 한 잔 file 2021.06.22 571
»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536
120 쐬하다 2020.11.11 843
119 후룹 2020.09.28 778
118 태풍 2020.09.04 6973
117 폭염 2020.08.17 3147
116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1054
115 밀교 2020.03.25 995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1075
11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1384
112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1125
111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604
110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