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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갈피

2022.04.19 18:31

윤성택 조회 수:388



시간이 여행과 같다면 

추억은 그날을 기록한 노트다.

그러니 다 적을 수 없어서

여행은 추억으로 낡아간다


지나고 보면 이 여행을 위해 

시간이 행간을 비워왔다는 걸 안다


늙어간다는 건 제 안의 낱낱 페이지와 글귀가 

몸에 새겨 오는 것.


어떤 사람은 미소를 갈피에 내고

어떤 사람은 슬픔을 미간에 접어둔다


다 그렇게 시간에게서

시간에게로 지나온 필력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직도 훗날을 기다린다는 사실


늦은 밤 추억을 펼치면 

그날이 오늘에게 묻는다


꿈은 그날이 지금껏 써내려간 

길고 긴 연서였다고


한때 나였던 적이 있듯

그때 꿈이 아직도 이 봄을 써내려간다


그날이 주술관계를 바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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