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간의 갈피

2022.04.19 18:31

윤성택 조회 수:461



시간이 여행과 같다면 

추억은 그날을 기록한 노트다.

그러니 다 적을 수 없어서

여행은 추억으로 낡아간다


지나고 보면 이 여행을 위해 

시간이 행간을 비워왔다는 걸 안다


늙어간다는 건 제 안의 낱낱 페이지와 글귀가 

몸에 새겨 오는 것.


어떤 사람은 미소를 갈피에 내고

어떤 사람은 슬픔을 미간에 접어둔다


다 그렇게 시간에게서

시간에게로 지나온 필력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직도 훗날을 기다린다는 사실


늦은 밤 추억을 펼치면 

그날이 오늘에게 묻는다


꿈은 그날이 지금껏 써내려간 

길고 긴 연서였다고


한때 나였던 적이 있듯

그때 꿈이 아직도 이 봄을 써내려간다


그날이 주술관계를 바꿔주고 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8 내리는 눈에 눈이 호강하여 오후가 누려진다 2025.02.12 377
147 패딩을 입고 미끄러지기 쉬운 2월 2025.02.06 369
146 일주일 사이 제법 선선하여 2024.09.26 497
145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578
144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405
143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469
142 영화로운 2024.01.26 455
141 보랏지다 2023.12.28 474
140 냉장고 2023.09.07 455
139 poemfire.com 2023.05.10 482
138 시나리오 2023.02.24 473
137 소포 2023.01.18 459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472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573
134 버찌 2022.06.17 479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469
132 봄 낮술 2022.04.27 458
» 시간의 갈피 2022.04.19 461
130 음악 2022.03.23 460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