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봄 낮술

2022.04.27 14:43

윤성택 조회 수:388



유리창밖 천막이 바람에 들썩일 때마다

비스듬한 햇살이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이마의 수분으로 여드름 피던 시절이 있듯

쓰윽 짚어보는 볕에도

꽃이 묻어난다. 너를 꺼내온 건

나무의 본심이었겠다.

꽃이라 불렀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처럼

이런저런 회심에도 색이 돈다. 그러니

봄은 누군가가 잊지 않았다는 기념.

몇 백 년 전 그가 꽃으로 웃는지 우는지,

흩날리는 향기만으로도 나는 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 실감나서,

몸이 너무도 시간에 꼭 맞아서,

간신히 망울로 빠져나오는 봄이므로.

토드락이는 바람에 볼이 붉다.

가장 그리운 곳부터 열을 얻어가는 취기가

동백이었다면, 나는 목련 변방에서

손가락으로 막걸리나 젓고 있었을 터.

생은 막걸리처럼 텁텁하나니 꽃이여,

나를 가득 채워라. 나를 들이켜

다시 누군가 눈에 담겨주렴.

그쯤에서 들켜보고 싶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2 영화로운 2024.01.26 392
141 보랏지다 2023.12.28 391
140 냉장고 2023.09.07 387
139 poemfire.com 2023.05.10 405
138 시나리오 2023.02.24 387
137 소포 2023.01.18 386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388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490
134 버찌 2022.06.17 396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387
» 봄 낮술 2022.04.27 388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388
130 음악 2022.03.23 388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387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388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420
126 시고 시인 2021.12.01 388
125 버퍼링 2021.10.06 388
124 서해 바다에 가서 저녁놀을 보거든 2021.09.13 389
123 허브 2021.08.25 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