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여기는 어디인가

2025.10.22 14:44

윤성택 조회 수:41

·

전철에서 한 이십 분 졸다 깼는데

몸을 놓고 어디를 다녀온 것만 같다

 

입가에는 먼 곳의 바람이 묻어 있고

신발 속 발끝에서 모래가 서걱인다

 

저리다는 건 감각의 불모지에 신경이 흩날리는 것인지

나를 잊은 나의 일부가 그제야 돌아오는 일인지

 

어디론가 갔다 오려는 정신의 외출이 졸음이라면

나의 일생은 또 누구의 꿈속에서 잠시 머무는 여행일까

 

주위 소음은 귀로 다 들렸는데

속눈썹 안쪽에서는 아직 파도가 들이친다

 

객차 안은 사막인가 해변인가

빛에 익사한 여행자인가 어둠에 좌초한 난파선인가

 

가방은 여전히 무릎을 빌리고

빈 손잡이들도 저들끼리 허공을 드나드는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른다

더 더 다가오라고 몸을 두고 와야

비로소

자기가 내 몸에 들어설 수 있다고

 

순간, 눈을 뜨면

몇백 년이 지난 듯 내가 낯설다

 

이번 역은 당신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87 롱패딩 2025.12.03 6
186 앱을 깔다가 2025.11.26 17
185 핫팩 2025.11.19 31
184 자연인 2025.11.12 34
183 일조량 2025.11.05 34
182 밤은 왜 가여운가 2025.10.29 39
» 여기는 어디인가 2025.10.22 41
180 생각이 같으면 2025.10.15 42
179 시월이 취한다 2025.10.01 75
178 걱정 말아요, 로 시작되는 2025.09.24 80
177 우중(雨中) 복제 2025.09.17 82
176 모바일 주민등록증 2025.09.10 79
175 좋은 사람 감상 모임 2025.09.03 80
174 혹시 2025.08.27 83
173 진심의 구조 2025.08.20 78
172 완전히 젖지도, 마르지도 못한 채 2025.08.13 85
171 Zorgartneseca (조르가르트니세캬) 2025.08.06 72
170 핑, 2025.07.30 78
169 텀블러 2025.07.23 69
168 젖은 우산은 세 번 털어야 한다 2025.07.16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