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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디인가

2025.10.22 14:44

윤성택 조회 수:13

·

전철에서 한 이십 분 졸다 깼는데

몸을 놓고 어디를 다녀온 것만 같다

 

입가에는 먼 곳의 바람이 묻어 있고

신발 속 발끝에서 모래가 서걱인다

 

저리다는 건 감각의 불모지에 신경이 흩날리는 것인지

나를 잊은 나의 일부가 그제야 돌아오는 일인지

 

어디론가 갔다 오려는 정신의 외출이 졸음이라면

나의 일생은 또 누구의 꿈속에서 잠시 머무는 여행일까

 

주위 소음은 귀로 다 들렸는데

속눈썹 안쪽에서는 아직 파도가 들이친다

 

객차 안은 사막인가 해변인가

빛에 익사한 여행자인가 어둠에 좌초한 난파선인가

 

가방은 여전히 무릎을 빌리고

빈 손잡이들도 저들끼리 허공을 드나드는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른다

더 더 다가오라고 몸을 두고 와야

비로소

자기가 내 몸에 들어설 수 있다고

 

순간, 눈을 뜨면

몇백 년이 지난 듯 내가 낯설다

 

이번 역은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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