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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한 이십 분 졸다 깼는데
몸을 놓고 어디를 다녀온 것만 같다
입가에는 먼 곳의 바람이 묻어 있고
신발 속 발끝에서 모래가 서걱인다
저리다는 건 감각의 불모지에 신경이 흩날리는 것인지
나를 잊은 나의 일부가 그제야 돌아오는 일인지
어디론가 갔다 오려는 정신의 외출이 졸음이라면
나의 일생은 또 누구의 꿈속에서 잠시 머무는 여행일까
주위 소음은 귀로 다 들렸는데
속눈썹 안쪽에서는 아직 파도가 들이친다
객차 안은 사막인가 해변인가
빛에 익사한 여행자인가 어둠에 좌초한 난파선인가
가방은 여전히 무릎을 빌리고
빈 손잡이들도 저들끼리 허공을 드나드는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른다
더 더 다가오라고 몸을 두고 와야
비로소
자기가 내 몸에 들어설 수 있다고
순간, 눈을 뜨면
몇백 년이 지난 듯 내가 낯설다
이번 역은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