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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2025.07.30 14:33

윤성택 조회 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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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뙤약볕 내리쬐는 건널목에 서 있다 보면, 폭염이 얼마나 혹독히 몸을 진화시키고 있는지 알게 된다. 반팔 아래 드러난 살갗에 송송히 맺힌 땀방울. 언젠가는, 몸의 수분을 끌어모아 태양에 말리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피부가 태양광 패널이 되어 일광욕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기술이자 21세기를 기억하는 육체의 아카이브가 되겠지. 덥다, 더워. 더위를 벗기면 증발하는 저녁이 있고, 그 밤에 식지 않는 꿈이 꾸는 발전량이 있다.

 

힘은 땀과 비례한다. 결국 인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물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증발시켜 영혼을 작동시킬 것이다. 유령이나 귀신은 한 방울에 갇힌 존재가 되고, 죽은 사람은 수증기가 되어 구름으로 떠돌 것이다. 그렇다면 비가 내리는 날, 우산 없이 걷는다는 건 45억 년에 걸쳐 벌어진 인과에 몸을 내맡긴다는 것. 그러니 나는 더워서 땀을 흘린다기보다는 훗날 영혼의 물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지럽지 않다, 이것은 온열질환이 아니다. 왜 이리 신호가 기나.

 

더운데 잘 지내시고 있는지요. 나는 충분한 시간을 섭취하며 인연을 휴식하고 있습니다. 때론 한낮 건너야 할 횡단보도에서 별을 봅니다. 사방이 흐려지고 빛이 번쩍, 다녀갑니다. 안부란 이 느낌인가 싶어 눈을 찡긋 감았다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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