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이라는 단어를 열고 들어가 본다. 거짓 없이 어떤 참됨이 전체를 짜 이룬 얼개. 속을 드러낸 마음의 기초와 같을까. 하지만, 진심이야? 진심이냐고? 두 번 물어오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 그건 숨기는 게 아니라, 끝내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지키는 일과도 같다.
상대의 진심에 가닿는다는 건 그가 설계한 감정과 기억의 구조물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되는 것일지도.
뉴스에서는 누군가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묻고 또 묻는다지만 정작 대답은, 거부합니다.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는 심(心), 그 안에서 비밀이 속내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벽녘 불 켜진 창문도 그 안에서 누가 깨어 있는지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불 켜진 동기만 남아 있을 뿐. 그럼에도 질문은 재료이고 대답은 시공이라서 진심은 결국 스스로의 원형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알게 되어 그 사람의 진심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두려우니까. 악용되고 이용당하고 끝내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이런 각박한 세상에 누가 진심을 말해줘도 무슨 속셈인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적당한 거리에서 또 적당한 표정으로, 그렇게 적당한 친분이 창궐하고 있다.
때로 이 걷잡을 수 없는 관계에서 벗어나려 산에 오르곤 한다. 한여름 흘린 땀만큼 공기를 폐에 들여놓을 때, 자연이 이룩해 놓은 초록이 진심 그 자체로 다가온다. 치자나무의 속일 리 없는 꽃들과 속을 수도 없는 향기가 내게로 묻어난다. 그 앞에서야 비로소 내 안의 말들이 불필요해진다. 마치 경이로운 건축 앞에서 숨만 고르게 되는 것처럼. 두 눈을 마주한 채 또박또박 말하는 이의 눈빛에 그윽해지는 것처럼.
진심의 구조란 곧, 무너지지 않는 신뢰라는 것을 믿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