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휴대폰에서 오늘의 날씨를 알아본다. 영하구나, 영하. 이른 아침 산행을 하다 보면 영하 3도에는 손끝이 시리고, 영하 5도 아래에서는 발끝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수치를 기억하는 건 지난겨울, 양말에 붙이는 핫팩을 만지작거리면서다. 어느 날에는 괜히 붙였다 싶을 정도로 덥고, 어느 날에는 이거 완전 괜찮다고 했던 그 온도 차이.
말에도 그런 온도가 있다는 걸 요즘 느낀다. 안녕하세요, 라는 어감에 숨어 있는 마음의 섭씨온도계. 표정도 눈금으로 계측이 가능할 것 같은. 이렇게 '안녕'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생각의 질서가 유지된다. 건성의 평안과 진심의 안전이 서로 외교를 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말의 온도는 단지 말투로 정해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이 머물던 계절이 함께 따라온다.
진심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말을 직접 듣고 온기를 재봐야겠지만 글은 어떨까, 詩는 감정의 온도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핫팩은 몇 시간 동안 열기가 지속된다던데 책장을 덮고 마음은 얼마나 그 여운에 데워질까. 어제 길에서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아이, 이마 한가운데 해열 패치를 붙이고 있었지. 그게 어찌나 詩답던지, 어찌나 봄 같은 느낌이던지.
영하의 날씨에 가장 좋은 핫팩은 다정한 말과 눈빛,
내 이마에 탁! 붙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