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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신분증을 넣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주민센터에 갔다
신분증과 내 얼굴을, 가지고 간 증명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비교하는 직원
일치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아니다
얼굴이 다른데요?
그 깐깐한 말은
사진 속 얼굴이 본인이고
지금의 얼굴은 타인이라는 건가
누구나 다 사진보다 덜 믿을 만한 얼굴로 살아간다
이참에 동네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는다
거기에 걸려 있는 와이셔츠 빌려 입고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사진이 사람을 증명한다기보다는
사람이 사진 속에 들어가
한동안 가장 나다운 시간을 버티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긋한 나이의 사진사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면서 다가와
두 손으로 내 얼굴 각도를 조정한다
턱을 조금 들어올려
조명이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해놓는 동안
틀,
나는 지금껏 얼마나 맞춰 살아왔는지
삶이라는 얼개
사회라는 구조
가로 3.5cm×세로 4.5cm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플래시의 섬광,
나는 여러 표정을 지나고 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이력서 여권…
그 환등의 순간들을
아,
여태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눈 밑 잔주름을
망연히 들켜주고 만다
딸깍딸깍
마우스를 쥐고 있는 사진사
모니터를 보며
턱선을 갸름하게, 눈은 조금 크게
눈 밑은 환하게
딸깍딸깍
가장 나답고 가장 나답지 않은 보정을 하고 있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나
다시 주민센터에 가서 내민다
이게 6개월 이내의 최신 사진입니다
일치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아니다
얼굴이… 얼굴이…
억울하지 않다
다들 그렇게,
사진이 좀 젊게 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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