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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가끔 무심결에 흥얼거리곤 한다. 노래이기 이전에 음악이었고 음악이 이전에 멜로디 같은 거. 버스가 지나치는 갓길이나, 아무도 없는 담장 아래를 지날 때면 음정이 스멀거린다. 알쏭달쏭한 가사가 언제든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지만 일부러 그 불확실한 곡조 안을 허밍으로 거닌다.
걸음은 박자가 되고 가사가 어렴풋이 혀끝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노래. 그저 그런 음의 사이를 지나면서. 나는 노래가 불러세운 사람이 된다. 턱을 살짝 내린 채 가로등 불빛이 미러볼이라 여기면서.
띄엄띄엄 가사를 덧붙이다 보면 노래는 기억보다 먼저다. 무슨 노랜가 의식하기 전에 입에서 나오고 있으니. 흥얼거린다는 건 몸에 들어찬 어떤 날의 감정을 흘려내는 방식이고, 망각의 한때를 혀로 굴려내는 기술이다. 한때의 결의나 고백이나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새어 나오는 루트다.
그것은 내가,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싶어 애썼던 날들로 거슬러 가
그때의 나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
흥얼흥얼, 나는 오래전 내가 된다.
너는 또 그 노랠 부르는구나, 서로 반주기 리모컨을 쥔 채.
그때나 지금이나 박자를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