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단추

2025.05.14 14:42

윤성택 조회 수:263

.

길거리에서 와이셔츠 맨 아래 단추가 떨어져 주워 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메워지지 않은 구멍 하나 남아 있는 거라고. 그것이 마음이라면. 그걸 잇는다는 건 무엇을 걸고 무엇을 마물러야 하는 일인지.

 

걸으면서 자꾸 벌어지는 옷 틈새를 손끝으로 잡아가며 가린다. 낭패다. 단추가 떨어진 건 오래전부터 벌어져 있던 무언가의 징후였는지도. 실의 매듭이 나로 인해 헐거웠다면, 단추는 오늘에 와 기어이 나를 놓아준 것.

 

단추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나는 이리저리 날리는 옷자락 끝에 매달린 채로 살아낸다는 생각을 한다. 너덜거리는 실밥을 마저 뜯어내자, 붉은 단추 하나가 서녘에 천천히 내려앉는 저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2 어떻게든 그날은 온다 2025.05.28 253
161 흥얼거린다는 건 2025.05.21 265
» 단추 2025.05.14 263
159 신발만 담아 주세요 2025.05.07 263
158 새로 산 청바지 2025.04.30 265
157 봄과 여름 사이 2025.04.23 266
156 하늘이 파래서 2025.04.16 266
155 마음에도 관세가 있을까 2025.04.09 269
154 지브리풍으로 산다는 것 2025.04.02 271
153 산불 2025.03.26 265
152 2025.03.19 264
151 전철에서 졸다 눈을 떴을 때 2025.03.12 274
150 삶은 듦인가 2025.03.05 268
149 머리를 길러 뒤로 묶고 나서부터 2025.02.19 280
148 내리는 눈에 눈이 호강하여 오후가 누려진다 2025.02.12 273
147 패딩을 입고 미끄러지기 쉬운 2월 2025.02.06 274
146 일주일 사이 제법 선선하여 2024.09.26 382
145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442
144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310
143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