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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와이셔츠 맨 아래 단추가 떨어져 주워 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메워지지 않은 구멍 하나 남아 있는 거라고. 그것이 마음이라면. 그걸 잇는다는 건 무엇을 걸고 무엇을 마물러야 하는 일인지.
걸으면서 자꾸 벌어지는 옷 틈새를 손끝으로 잡아가며 가린다. 낭패다. 단추가 떨어진 건 오래전부터 벌어져 있던 무언가의 징후였는지도. 실의 매듭이 나로 인해 헐거웠다면, 단추는 오늘에 와 기어이 나를 놓아준 것.
단추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나는 이리저리 날리는 옷자락 끝에 매달린 채로 살아낸다는 생각을 한다. 너덜거리는 실밥을 마저 뜯어내자, 붉은 단추 하나가 서녘에 천천히 내려앉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