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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걸 배우는 기분이 자전거를 처음 타봤을 때의 어지러이 찾아든 균형감 같다. 세상은 점점 신간으로 쌓여가는 도서관 같은데, 나는 아직 열람실 구석에서 먼지 쌓인 책장을 들춰보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의자를 소리 나지 않게 뒤로 빼서 일어나야 해서, 나는 가만히 책상을 짚는다. 뒤처진다는 거 아날로그 사람으로 남는다는 거, 두려운 건지 익숙해져야 하는 건지.
모바일 신분증을 만들 때도 그랬지. 앱을 다운받아서요... 안내하는 그 뒷말이 왜 이어폰에서 새고 있는 힙합만 같았을까. 그 묘한 기분, 새로운 방식을 원하면서 익숙한 습관에게 매번 지는 것. 하긴, 요즘 사는 게 뭔가에 계속 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기고 싶은데 어떻게 어떤 상대 먼저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땐 수건을 내던지며 누가 나 좀 막아줬음 좋겠다는 기권을 포장하고 싶지만.
도서관 밖 의자에 앉았을 때 조금 차갑고 스산한 기운이 오 분 만에 안온해지는 건 햇볕의 다독임 때문이지. 그럴 거야. 살면서 내게도 마음을, 한여름 지나 겨울 어느 초입에 데려다 놓은 이유. 빛이라는 건 한 영혼을 자극해 훗날을 보게 하는 전자기파니까. 새로운 자리에는 늘 뭔가가 먼저 다녀갔다는 느낌. 그러고 보니 내가 앉았던 자리가 살짝 따뜻했던 것도 누군가 덥혀 놓고 간 배려인 것만 같다.
앱을 깔고 메뉴얼대로 이것저것 눌러본다. 이쯤이야, 이런 절차쯤이야. 이런 인생쯤이야. 도서관 창가에서 쬐는 햇볕 같은 거지. 라고, 손날을 이마에 댄 채 다른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런 모습이... '실행된다'로 여겨진다. 생은 그렇다, 실행되는 것이다. 버그 없이, 가차 없이,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조차 메모리에 저장되면서, 나라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