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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 속에서 나는, 오래전 나를 지나친다
그렇게 스친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겹쳐져 몸을 가로채 간다
이 기분은 설명할 수 없어서 어딘가에 적어 두고 싶어진다
그러나 쓰고 싶은 문장은 자꾸만 번지고
벌써 세 정거장이 더 지나고 있다
이 감정은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역의 스크린도어다
그럼에도 자꾸 무언가 열리고
환승이 다녀간다
그러다 기어이 나는 하나의 이미지로 빠져나오고
나는 한동안 반쯤은 사라진 상태였다
어디에든 가고 누구와도 마주치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보는 느낌이 든다
돌멩이들을 담아 가라앉힌 어느 유기처럼
모르는 얼굴들이 있을 것 같아 허공을 살피면
안개 속은 치레와 같다
이 기분도 어쩐지 들킨 것만 같아서
가방을 뒤져 나온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 눈으로 읽는다
거기에 안개의 메시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