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똑같은 감정이 공유된다는 건
신비한 일이 아닐까
다른 장소에서
각각 영화를 보다
같은 일 초의 장면에서
눈물을 동시에 흘리듯
삶은 종종
어떤 비약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두 내면이 마주할 때
거리는 사라지는 것이기에
생각이 같다는 건
서로에게 들어서는 것
내가 그를,
그가 나를 드나든다
어쩌면
서로 비밀을 빌려주는 건지도
거기에 잠시 머문 것이지만
그 순간 자체는
우리가 살지 못한
다른 세상의 일생이다
서로를 통과해
자신에게도 없던 감정을
살아보게 되는 것이다
다만 확인 할 수 없어서
같다고 여기거나
의심하거나
받아들이거나
그러니 각기 다른 극장에서
그 일 초의 화면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한 건지도
한 사람은 주인공의 대사에서
다른 사람은 배경음악에서
또 다른 사람은
과거가 겹쳐서 울지도 모른다
같은 일 초
다른 눈물
우리는 종종
어떤 비약에
삶을 기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