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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속으로 욕하게 되면서부터 세상이 내게서 욕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하나를 감당하지 못한 불행에도 인격이 있고 슬픔도 모욕을 참을 수는 없을 것. 설령 그것들이 행복의 저주라 할지라도. 어쩌면 내가 속으로 하는 욕은 부끄러운 내 자신이 신뢰를 회복하고자 과거의 나를 다그치는 말인지. 나의 잘못이 욕 속에 들어가 고역을 치르다 보면 창밖 눈이 퍼부어 댄다.
벽에 못을 박는데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튕겨져 나갈 때, 떨어지면 줍고 또 집어 들고 몇 번을 더 망치질하는 동안 이 집요한 바람이, 이마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땀이, 슬쩍 불러내는 욕. 누구도 듣지 못하지만 내 안에서는 다짜고짜로 멱살을 거머쥐고 퍼붓는 말. 못 나뒹구는 소리에 뒤에서 피식피식 웃는 이가 펜치를 건넨다. 집게로 못을 집어 벽에 대고 망치로 박으라고. 그게 펜치 입이라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소주 세 병째 마시는 두 사내의 대화를 들은 적 있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말. 어디서 그렇게 다양한 욕의 레시피가 있었던 건지, 감칠맛 나게 하는 욕들. 그러고 보니 나도 고향에 가면 불쑥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곤 한다. ‘그래요’가 ‘그류~’가 되듯, 편해야 욕도 자리 잡고 들어줄 사람과 속 시원하게 공감하나 보다. 펜치를 건네준 그 이는 망치질할 땐 여분의 못을 입술에 문다.
본래 욕(辱)은 '辰(별 진)'과 '寸(마디 촌)'이 합쳐진 글자라지. 여기서 '寸'의 의미 중 '마음'을 들여와 '마음(寸)을 별(辰)처럼 빛나게 하다'라는 뜻으로 읽어도 되겠다. 나는 이 상상의 어원으로 거슬러가 욕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서 있고 싶다. 한때 나를 욕했던 사람아, 세상이 깊어갈수록 더욱더 빛나는 이여.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이 칠흑이었으니 나는 아직 그믐에서 욕을 본다고. 은빛 못으로 박힌 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