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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환급금 11,690원이 계좌로 송금되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정류장에서 읽는데 들고 있던 우산이 비스듬히 기울어 빗방울이 안경에 맺힌다. 몇 개의 0이 숫자 끝에 더해지는 게 봄이 내게 돌려줄 전부만은 아니라는 생각. 도무지 해지할 수 없는 한 방향의 시간에서 꽃들도 사정이 있을 테니. 거리의 나무들은 새순을 지불하기에 아직은 이른가. 너무 많이 체납된 한 사람에 대한 미련이 문득, 기억에 찍혀 와 버스의 차창 너머로 페이지가 넘겨지고 있다.
돌려받을 줄 알면서 빌려주는 마음과 돌려줄 수 없으면서 빌린 마음은 어떤 차이일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서로를 향한 추징이 아닌지. 그 강제성이 일생을 그립다는 담보로 묶어둘 것이다. 기어이 받아내려고 애쓰는 일이, 잊었다가도 무시로 양도되는 밤이 되기도 해서.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예상보다 많은 수의 계절이 나를 청구해 온다. 막 빠져나온 도로 갓길, 옆모습이 닮은 사람은 우산이 없다.
가산되어 간다. 어느덧 청춘도 뜻밖의 애도도. 나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불러보았던 사람이 부음으로 들려올 때 이렇게 믿고만 싶다.
살아온 동안이 당신의 환급이었습니다.
봄은 돌려주려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