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환급

2026.03.18 14:40

윤성택 조회 수:2

·

'고객님, 환급금 11,690원이 계좌로 송금되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정류장에서 읽는데 들고 있던 우산이 비스듬히 기울어 빗방울이 안경에 맺힌다. 몇 개의 0이 숫자 끝에 더해지는 게 봄이 내게 돌려줄 전부만은 아니라는 생각. 도무지 해지할 수 없는 한 방향의 시간에서 꽃들도 사정이 있을 테니. 거리의 나무들은 새순을 지불하기에 아직은 이른가. 너무 많이 체납된 한 사람에 대한 미련이 문득, 기억에 찍혀 와 버스의 차창 너머로 페이지가 넘겨지고 있다.

 

돌려받을 줄 알면서 빌려주는 마음과 돌려줄 수 없으면서 빌린 마음은 어떤 차이일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서로를 향한 추징이 아닌지. 그 강제성이 일생을 그립다는 담보로 묶어둘 것이다. 기어이 받아내려고 애쓰는 일이, 잊었다가도 무시로 양도되는 밤이 되기도 해서.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예상보다 많은 수의 계절이 나를 청구해 온다. 막 빠져나온 도로 갓길, 옆모습이 닮은 사람은 우산이 없다.

 

가산되어 간다. 어느덧 청춘도 뜻밖의 애도도. 나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불러보았던 사람이 부음으로 들려올 때 이렇게 믿고만 싶다.

 

살아온 동안이 당신의 환급이었습니다.

 

봄은 돌려주려 오는 것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 환급 2026.03.18 2
200 스포티지에 대한 스포 2026.03.11 15
199 참전의 봄 2026.03.04 17
198 젖는 일에 대하여 2026.02.25 24
197 황홀한 염증 2026.02.11 39
196 동원 2026.02.04 40
195 슬픔을 만나러 왔다 2026.01.28 45
194 욕(辱) 2026.01.21 47
193 영하 10도 2026.01.14 52
192 감정의 납치 2026.01.07 52
191 영화 그리고 온기 2025.12.31 53
190 메리 크리스마스! 2025.12.24 46
189 안개 낀 아침 2025.12.17 45
188 상상과 암시 2025.12.10 75
187 롱패딩 2025.12.03 71
186 앱을 깔다가 2025.11.26 77
185 핫팩 2025.11.19 91
184 자연인 2025.11.12 82
183 일조량 2025.11.05 70
182 밤은 왜 가여운가 secret 2025.10.29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