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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옆 창가에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문 네가, 연기를 길게 내뿜다가 휴대폰 액정을 거울 삼아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서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상상이 여기서 끝나는 것. 도무지 건방져서 침을 아무 데나 뱉고 다녔던 시절, 허공에 대고 마구 휘둘렀던 주먹이 하필 코를 강타해 피를 흘렸던 친구가 있었지. 싸움에서 이겼지만 그 엉성한 한 방, 어느 날 공사장 가벽에 못 끝이 튀어나온 줄 모르고 멱살이 잡혀 밀리다가 벽에 턱, 등이 부딪친 것으로 나는 졌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앉았을 때 등이 가려웠고 너는 두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밖에는 여전히 남녀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까 한 얘기를 또 하는 이는 술이 과하듯 과거에 과하게 절어 있다. 그런 말을 처음 듣는 것마냥 분위기를 맞추는 상대는 그럴 만한 이유로 슬픈 사람이다. 때로는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위악적일 순간이 있듯, 말 많은 이는 입을 다물었을 때가 가장 외롭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서 혼잣말하는 것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는 체하기 싫은 이가 가는 길에 서 있을 때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척 지나쳤던 일. 실은 그 티가 너무 뻔한 고백이라서. 나는 그 행동들로부터 외면받은 사람이다.
너를 보았던 것도 같다.
나를 수없이 지나치며, 한 자리에 머물러 있던 인상이 고개 돌릴 때까지. 기억 속 얼굴은 현재라는 필터가 보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단 한 장면이 추억의 영정이 될 때 너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햇볕 아래 의자에 앉아 지팡이 위로 양손을 포갠 어르신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건, 과거로 살러 간 것이다.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몇십 년이 지난다. 하긴 전생에 너를 보았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