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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이팝꽃이 하얗게 거리에서 성업이다. 간판이 있다는 건 올려다볼 사람을 취급하겠다는 것이니 이틀 남은 사월은 연둣빛 차양을 갈아 달 것이다. 종로에서의 일주일이라는 간극은 누군가를 떠올려보는 순간과 같아, 시간과 마음 상호 간의 간섭이 내가 서 있는 그늘에 있다. 갓털 하나가 가방 틈에 낀 줄 모르고 먼 곳에 다다를 때 그 종자에게 여행이라는 바람을 붙여줘도 될까. 생각에 묻어 수년을 지나온 이, 어디든 뿌리내릴 민들레처럼 봄도 추억도 여전히 성업 중인.
어느 폐가 마당에 웬 풀들이 비슷한 높이로 들어차 있나 싶었는데 어제서야 다시 보게 된다. 노란 애기똥풀 꽃들, 그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의 잔상이던가 싶어, 키 높이를 맞춰 사진 찍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꽃 시절 보내고 꽃 보러 다닌다는 지인이 그때 왜 떠올랐는지. 호기심도 나이가 키우는 식물이라서 마음이 저물 적에는 꽃잎을 안으로 말아 접는다. 그런 밤은 그리움도 소심하게 핀다. 살면서 빈집은 늘어나고 그 안으로 이사 온 꽃과 꿈은 붐비고.
꽃 보러 종로에 온 건 아닌데
몇십 년이 흘러도 공원은 그대로인데
벚꽃 다음 이팝꽃 뒤이어 등꽃이 피듯
꽃다운 노인들이 지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