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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일이 있어 내가 화 속에 들어가 우울을 베고 누웠을 때, 한두 가지가 자꾸 밖으로 불러낸다. 어릴 적 집에서 숙제해야 하는데 내 이름을 부르며 꼬드기는 친구가 울화통을 차자고 했던가. 공은 디딤발이 중요하고, 공치고 있는 나는 귀가 밖으로 쏠려 있다. 누가 나를 좀, 잡아당겨 줬으면.
갓길의 진달래, 그 붉은 화 덩이를 보면서 울컥, 잡아당겨져 핀다고.
볕이 좋으니 신선한 것일수록 상하기도 쉬운 날씨다. 내 속도 그러하다면 속상하다는 것은 걱정의 번식이 빠르다는 뜻. 그러니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이여, 내게서 실망감을 가진 일이여, 이기죽거리는 세상을 탓하자. 자괴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게 봄은 정말 보아주는 것인지, 봄.
볼 때마다 트고 있는 산수유 꽃망울, 그 다닥다닥 노란 꽃술이 낱낱의 위로라고.
춘삼월, 그렇게 견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