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내리는 걸 우두커니 보니, 
오늘 눈은 입자가 얇은 가루 같다. 
구름도 제 생각에 겨워 산을 뒤덮고 
잠시 어둡게 뒤척인다. 
검은 가지를 반쯤 뒤덮은 흰색의 명암이 극명하다. 
밖을 떠도는 저 눈발도 여행처럼 이곳에 왔으리라. 
 그렇게 쌓이고 쌓이면서 숙명이 다녀간다. 
속눈썹에 찔린 물방울, 그 안에도 
수많은 지류(支流)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으니. 
눈 속에서 누군가 걸어올 때는 그가 누구라도 정겹다. 
여행은 항상 예기치 못한 곳에서 젖어드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