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보안등 포말

2013.03.11 17:03

윤성택 조회 수:560 추천:13




바닷가에서는 보안등 불빛에도 포말이 있습니다
잘게 부서지는 빛의 조각이
시린 눈 속으로 떠밀려옵니다
전신주는 느슨하게 저녁을 쥔 채
카메라에 정박해 시선 속으로
고요하게 닻을 내렸습니다
바람소리, 파도내음이
전깃줄에 실려 어느 먼 시간을 켜주고 있는지
그때가 언제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사진이 나를 들여놓고 머리결을
그 바람으로 쓸어 내립니다
그날 포장마차는 불콰한 청춘에게
잔을 건네며 사랑 따위를 안주로
내놓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바다는 항상 쓴 소주처럼 쓸쓸했다는 것
한쪽 눈을 감으면 서해안 어느 포구의
외눈 가로등이 눈뜰 것 같은 날입니다
나는 기억에 사다리를 놓고
가설 전등 하나 달면서 구름의 문양에
맥주 거품을 묻힙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2 몸이 생각을 앓고 나면 2013.09.05 721
81 감도 2013.08.31 563
80 우울 2013.08.29 561
79 기도 2013.08.28 662
78 기로 2013.08.26 581
77 건널목 2013.08.22 590
76 타인이라는 도시 2013.08.22 645
75 순수 2013.08.19 594
74 열대야 2013.08.05 506
73 발굴 2013.07.31 540
72 새벽 공기 2013.07.26 561
71 추억과 벽 사이 file 2013.05.15 721
70 대피로, 바다 file 2013.04.12 559
69 기다림 file 2013.03.19 615
» 보안등 포말 file 2013.03.11 560
67 붉은 버스와 눈 file 2013.02.28 560
66 도시 file 2013.02.19 561
65 성에 file 2013.01.09 710
64 크리스마스 file 2013.01.09 560
63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