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대피로, 바다

2013.04.12 17:47

윤성택 조회 수:559 추천:11




바다에 와서 피신한 그날을 만납니다.
파도가 촘촘 밀려와 발자국을 지우고
소라껍질로 녹취되는 오후들,
맹렬히 흔들리는 깃대 끝 노을이
저녁에 찔려 터지면
바람이 핸드폰 연결음까지 검열합니다.
테트라포드에 이는 거품을
방파제가 면도날로 밀어내듯 번쩍입니다.
한때의 적의도 한때의 정의도
한낮의 격랑인 것을,
오래전 귀를 잘라낸 바다가
자폐처럼 백사장을 부딪쳐 옵니다.
누군가 그리울 때는 포구에서
밀물이 기꺼이 알리바이라고 믿습니다.
그 바다에 가면 대피로가 있습니다.
매번 잊으려 갔다가 은신하고 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2 몸이 생각을 앓고 나면 2013.09.05 721
81 감도 2013.08.31 563
80 우울 2013.08.29 561
79 기도 2013.08.28 662
78 기로 2013.08.26 581
77 건널목 2013.08.22 590
76 타인이라는 도시 2013.08.22 645
75 순수 2013.08.19 594
74 열대야 2013.08.05 506
73 발굴 2013.07.31 540
72 새벽 공기 2013.07.26 561
71 추억과 벽 사이 file 2013.05.15 721
» 대피로, 바다 file 2013.04.12 559
69 기다림 file 2013.03.19 615
68 보안등 포말 file 2013.03.11 560
67 붉은 버스와 눈 file 2013.02.28 560
66 도시 file 2013.02.19 561
65 성에 file 2013.01.09 710
64 크리스마스 file 2013.01.09 560
63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