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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로, 바다

2013.04.12 17:47

윤성택 조회 수:809 추천:11




바다에 와서 피신한 그날을 만납니다.
파도가 촘촘 밀려와 발자국을 지우고
소라껍질로 녹취되는 오후들,
맹렬히 흔들리는 깃대 끝 노을이
저녁에 찔려 터지면
바람이 핸드폰 연결음까지 검열합니다.
테트라포드에 이는 거품을
방파제가 면도날로 밀어내듯 번쩍입니다.
한때의 적의도 한때의 정의도
한낮의 격랑인 것을,
오래전 귀를 잘라낸 바다가
자폐처럼 백사장을 부딪쳐 옵니다.
누군가 그리울 때는 포구에서
밀물이 기꺼이 알리바이라고 믿습니다.
그 바다에 가면 대피로가 있습니다.
매번 잊으려 갔다가 은신하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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